[대인시장문장집]장깡_이 녀석은 밥을 먹덜 못혀. 우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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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물건, 물건너온 물건, 재밌는 물건 등 이색적인 물건을 파는 가게, ‘장깡’. 고무신을 신고 장을 보러 나오신 할머니가 브라운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심취해 계신다. 물건을 둘러보고 사지 않아도 누구하나 눈치 주는 이가 없다. 여기를 운영하는 공동 사장님은 대인상회와 목포신안유통. 불우이웃을 돕는 것이 이곳의 주요 활동이다. 사장님은 장깡 활동상황 유인물을 챙겨주시며 액자를 하나 꺼내 든다.
“요곳이 동강대학교 하사관들이여. 남학생은 좀 나은디, 여학생이 형편이 아주 힘들었나봐. 성금으로 장학금을 주고, 여기서 삼겹살 파티를 해줬단 말이여. 근디, 이 여학생은 밥을 먹덜 못혀. 우느라고. 왜 그러냐, 좋은 날이니까 많이 먹어라 했더니 동생들이 생각나서 밥을 못 먹겠디야. 그래서 끝나고 요놈 고기를 싸주마, 어서 먹어라 했지.”
파티가 끝나고 두 학생은 정중히 인사하며 임관하면 꼭 찾아오겠습니다 했지만, 사장님은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고 하신다. 그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사람이 되면 그만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없다. 삶도 마찬가지다. 그걸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다.

 

[대인시장문장집]막둥이 한과_남편이 팔남매 중에 막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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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팔남매 중에 막둥이에요.”

땅콩현미 엄마강정, 힘나는 아빠강정, 씨앗 듬뿍 형아강정…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름의 강정을 파는 한과집이 있다. ‘막둥이 한과’다. 소포장 되어 가격이 저렴하고, 혼자 혹은 둘이 나눠먹기에 적당하다. 오늘은 사장님 부부 내외가 함께 한과를 만들고 있었다. 조청을 녹여 견과류를 섞고 밀대로 눌러 미는데, 얼굴에 땀이 비오듯 하다.
“여기 상호가 왜 막둥이 한과에요? 슬하에 팔남매를 두셨어요?”
“우리 남편이 팔남매 중에 막둥이에요.”
수줍게 미소지으며 아내가 대답한다. 그 옆에 팔남매 막둥이는 오랜시간 손을 맞춰온 아내와 말없이 한과를 만들고 있었다.

막둥이와 소꿉동무와 첫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변치않는 비결이 있다. 오래 먹어도 질리지 않는 한과처럼.

 

[대인시장문장집]이기성 작가_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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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 말고”

이기성 작가는 철사를 이용해 조형물을 만들고, 그 위에 종이를 덧대 조명을 만드는 등의 작업을 한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은 대인시장 내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아담한 한옥에서 고양이 루이비똥과 함께 생활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대인시장 내에서 문장을 모으는 작업 중이라고 말히자, 그는 단박에 문장을 건넸다. 그의 문장은 ‘아님 말고’다.

“선택하는데 이것 저것 고민해봤자 이득이 없지요. 기면 좋고, 아님 말고. 미련 없이 떨쳐버려야지.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도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썼잖아요.”
“작가님 묘비명으로 ‘아님 말고’써도 되겠는데요?”
“아, 생각해보니 그러네.”

-영심이와 왕경태가 그랬다.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 둘이면 둘이지, 셋은 아니야.’
하나가 둘로 보이거나, 둘이 하나 혹은 셋으로 보이는 이유는, 버리지 못하는 미련과 욕심 때문일 것이다.

[대인시장문장집]다다_전현숙 작가_내 작업은 내 삶에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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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은 내 삶에서 태어난다.”

전현숙 작가는 대인예술시장 창작레지던스 ‘다다’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작업실에 들어가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가지 모양의 꼭두각시 인형들이 눈에 띈다. 이 꼭두각시는 자기 자신이 되었다가, 또 주변 인물이 되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은 삶에서 태어난다고 말한다. 작업실 입구에 놓인 회화 두 점 ‘그 남자’의 실제 모델도 남편이다. 평생 회사 책상에서 펜대만 잡던 사람이 어느날 실직을 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과 위로,이해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 작업을 했다고 한다.
“남편 분께서 이 작품을 보시고 뭐라고 하셨어요?”
“아무 말도 안 하던데요. 설명 안 해줘도, 잘 읽어주더라고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그런 사람이 좋더라

[대인시장문장집]Da.aura_김영희_봄이 왔으나, 봄이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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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으나, 봄이 아직 오지 않았다.”

뜨거운 남자와 차가운 여자가 사는 방법은 이러하다. 1980년대 지어진 시장 내 낡은 건물을 일정기간 무상으로 임대 받아, 작업실이 필요한 청년 작가들에게는 작업실을 내어주고, 그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를 만들고, 타지의 작가들이 맘 편이 머물었다 갈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만든다. 새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 ‘길’에서 협찬 받은 물품들으로 알뜰살뜰하게 채웠다. 사용할 공간은 뼈대와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두고, 꼭 필요한 부분만 최소한으로 손을 보았다. 그런데 벽지를 뜯어낸 식당은 유럽의 역사가 깊은 카페를 연상시키고, 사무실과 작가들의 작업실이 있는 3층은 느리고 고즈넉해 더운 나라에 있는 휴양지 같다. 이 곳의 이름은 Da.aura다. ‘지구발전 오라’에서 파생된 Development-Area-Aura의 줄임말이다. 이곳의 운영자는 조각을 전공한 ‘뜨거운 남자’ 김탁현씨와 미술이론을 공부한 ‘차가운 여자’ 김영희씨다. 2009년에 처음 만나 일을 하면서 서로 의지하기 시작해, 지금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믿고 신뢰하며 미래를 약속한 사이다. 두 사람은 Da.aura가 앞으로 학교를 막 졸업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려는 사람들이 성장하고 꿈을 그릴 수 있도록 지켜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요즘 자주 생각하는 문장 하나만 주세요.”
“봄이 왔으나, 봄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말이 떠올라요. 기다리던 때가 오긴 왔는데 아직 쌀쌀하고 추운 기운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바닥에 불도 떼야 하고, 겨울에 입던 옷도 입어야 하고요. 바라던 진짜 봄이 오지는 않은 것 같아요.”

_개구리가 깰 때까지 내복을 벗지 말아요. 몸이 반응하는 봄을 기다려요, 우리.

[대인시장문장집]김경란작가_누군가의 끝이 누군가의 시작이 되며, 누군가의 슬픔이 누군가의 기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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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끝이 누군가의 시작이 되며, 누군가의 슬픔이 누군가의 기쁨이 된다.”

야시장이 열릴 때마다 페트병을 자르고 구부려서 꽃을 만드는 체험활동을 선보이는 작가가 있다. 버려지는 사물로 조각작품을 만들고 설치하는 김경란 작가다. 그녀는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으며 순환한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끝과 시작, 슬픔과 기쁨은 페트병에서 탄생하는 꽃 작업과도 일치한다.
“누군가에게는 쓸모 없는 것이 나에게는 보물이에요. 막걸리 병에서 예쁜 꽃으로 탄생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신기해 해요. 그럼 더 예쁘게 만들어서 보여주면서, 집에서 따라해 보시라고 해요.”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건물과 보도 블록 틈에서 피어나는 꽃들의 계절 주기도 꿰고 있다.
“민들레도 좋아하고, 토끼풀도 좋아해요. 그렇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소중한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요.”
김경란 작가가 만드는 꽃은 시들지 않고 지구에 새로운 꽃을 피우는 신기한 꽃이다.

_우리는 모두, 꽃이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 한 송이다.

*김경란 작가 개인전:  오프닝 2015년 9월 5일(토) 6시 동명동 카페 <스토아
전시기간 9-5 ~ 11.6
오프닝 세레모니는 보물찾기라고 하니 오셔서 즐겁게 동심으로 돌아가 보아요^^

[대인시장문장집]진희네_가서 사람들하고 나눠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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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네 과일은 대인시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과일도 신선하지만, 사장님의 센스와 인간적인 매력 때문이다. 스물 두살 때부터 리어카 과일장사를 시작해 예순이 넘은 나이까지 매일 대인시장 곳곳을 누비며 과일 이름을 외친다.
“방울이 방울이, 포도 싸요!”
“포도 세일, 복숭아 싸요!”
어렵게 번 돈의 일부를 매달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쓴다. 야시장 별장의 수익금 기부문화도 사장님이 물꼬를 튼 거라고 한다. 상호명 ‘진희’는 사장님의 딸인데, 벌써 마흔이 넘었고 100일부터 키운 손주는 올해 대학교에 들어갔다.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교통비 줘야지. 그 다음부터는 지가 알아서 하고.”
겨우 포도 몇 송이를 샀는데, 덤으로 거봉을 얹어주시며
“가서 사람들하고 나눠 먹어.” 하신다.

-나누는 것도, 키우는 것이다. 포도를 먹고, 거봉을 먹고, 우리는 무럭무럭 자란다.

[대인시장문장집] 건이네_우리 아들 이름이 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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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여기 상호가 왜 건이네에요?”
“우리 아들 이름이 건이에요. 장사 시작하면서 아들한테 물었죠. 건이야, 아빠가 흑돼지 전문식당을 하려는데, 네 이름 써도 되겠니?하고. 그랬더니 쓰래요. 그래서 썼죠. 아들이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을 만들자하고요. 우리는 냉동조미료 같은 거 하나도 안써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이 자기 이름을 걸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건이는 스스로 블로그를 만들어서 식당을 홍보하는 글을 썼단다. 두 번째 페이지부터는 아버지한테 운영을 넘겼지만, 첫 페이지는 아들 작품이라고 대견해 하신다. 건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고, 건이의 부모님은 여전히 아들을 생각하며 깨끗하고 좋은 음식을 만든다.

-건이는 좋겠다. 만날 이렇게 맛난 밥 먹을 수 있어서.
손님이 갑이라고 말은 하지만, 진정한 갑은 아들래미 딸래미다.

 

[대인시장 문장집]메이커스 스튜디오_이루리 작가_”나는 바다 위에 둥둥 떠있고, 바람이 어디에서 부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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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 위에 둥둥 떠있고, 바람이 어디에서 부는지 알 수 없다.”

이루리 작가는 폐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작업을 한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아트상품을 소량 기획, 생산, 판매하는 메이커스의 멤버다. 그녀는 폐차장에 가서 폐안전벨트를 구해다가 손으로 여러번 세탁을하고, 재봉틀로 엮어 튼튼하고 개성있는 가방, 필통 등을 만든다.

메이커스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5월 어느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문득, 이 바람이 자신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던 지난 날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녀는 다이어리를 펴서 문장을 적었다.
“나는 바다 위에 둥둥 떠있고, 바람이 어디에서 부는지 알 수 없다.”
-2015년 5월 14일

바람이 분다. 무게중심을 이용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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